꾸준히 하나의 길을 가기

6 분 소요

나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늘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지혜씨는 늘 한 방향으로만 달려온거 같아서 부러워요. 하고싶은 일이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있던 거잖아요.” 라는 말. 하지만 나도 인간인데 방황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실은 석사 졸업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막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방향성이 비슷한 꿈을 가져왔기에 내가 가는 길이 다 같아 보였을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10대 시절 내 인생에 있어 딱 하나의 방향을 설정했다. 사람을 더 깊게 이해할 것,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나와 타인에게 모두 득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것. 이 두 가지가 실현 가능한 직업을 고를 것.

어찌보면 참 뜬구름 잡는 소리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저 세 문장이 나의 평생을 이끌어왔다. 한 번도 저 문장들에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고, 의심한 적이 없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데이터와 관련된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는, 아래와 같은 생각 때문이다.

  • 인간의 행동이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더욱 정밀하게 측정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 데이터가 언젠가 사람의 행동을 대변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 기술과 인간은 언제나 함께하게 될 것이고, 그렇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간 둘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데이터를 좋아해서 데이터 분석가가 된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담고 있는 사람의 정보를 좋아했다. 사람의 행동, 구매패턴, 텍스트에 담긴 감정 등등.

또한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100%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는 동안, 인간의 사고과정을 직접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인간이 남기는 족적에 주목하자고 생각했다. 귀납적 사고방식을 통해 인간을 더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을거란 개인적인 믿음에 기반한 결과였다. 이 결정에는 학부 시절에 열심히 공부했던 인지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사람이 한 평생 하나의 길만을 걷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오랜 기간 하나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주목받는 세상이 아닐까. 장기간 한 분야에 종사해 온 장인이 인정을 받고, 오랜 기간 부부관계를 가져온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인생에서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지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엮어나가면서 탐색해 나가는 것에 달린 문제다. 사람은 사소한 경험에서 자신의 사고관, 가치관이 바뀔만한 계기를 발견하곤 한다. 그러니 경험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카테고리:

업데이트: